역삼동 연쇄 방화범, 특정인 겨냥·출입구 노리고 불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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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방화 용의자 A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범행현장 인근에서 인화물질을 든 통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CCTV 화면에 잡혔다. A씨는 이날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화재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도주했다가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0 ⓒ 뉴스1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두 곳에 불을 지른 이모 씨(77)가 사무실 출입구를 노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범행 직전 특허법인의 특정 직원을 찾아다닌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이 씨가 특정인을 겨냥하고, 내부 인원들의 대피로를 차단하려 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 씨는 4년 전에도 같은 특허법인에서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해 실형을 살았지만, 당시 죄명이 특수협박이어서 경찰의 감시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그 직원 여기 근무하나” 묻고 방화
21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는 20일 휘발유가 든 통을 들고 역삼동 한양빌딩에 들어가 과거 자신의 특허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근무하는지 물었다. 현장에 있던 직원이 “모르는 사람인데 알아봐 드릴까요”라고 하자 이 씨는 “필요 없다”고 답한 뒤 4층 특허법인 사무실 출입구 앞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신명빌딩 3층 특허법인 사무실로 향해 엘리베이터 앞 출입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불로 1명이 한때 심정지에 빠지는 등 19명이 다쳤다.
출입구 주변에 불을 붙인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경찰은 특허법인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이 씨가 대피를 어렵게 하려는 목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들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하며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그가 방화 약 1시간 여 뒤 서울 동대문의 한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며 식사를 한 정황 등 두 건물에 불을 지른 뒤의 행적도 수사하고 있다. 범행 당시 이 씨와 인상착의가 같은 남성이 두 번째 방화 신고 53분 뒤인 낮 12시 54분 경 식사하는 모습이 동대문구의 한 식당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식당 관계자는 “식사하면서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고 했다. 이 씨는 당일 오후 4시 16분경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체포됐다.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방화 용의자 A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이날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화재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도주했다가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26.10.20 ⓒ 뉴스1● 4년 전에도 휘발유 위협…출소자 관리 대상서 빠져
이 씨는 2022년 12월 같은 특허법인 두 곳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했다. 2022년 이 씨의 범행을 현장에서 목격했고, 전날에도 화재가 발생한 특허법인에서 근무했던 한 변리사는 “4년 전도 이 씨가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면서 ‘(특허) 종이등록증을 왜 안주느냐, 사기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듬해 특수협박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다시는 피해자들을 찾아가지 않겠다’는 이 씨의 다짐을 양형에 참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경 출소한 이 씨는 1년 4개월 만에 같은 곳을 다시 찾았다.
그가 경찰의 감시 대상에서 벗어난 건 방화가 아닌 특수협박죄로 실형을 살았기 때문이다. 경찰청 예규에 따르면 살인·방화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은 출소 후 2년간 경찰의 분기별 정보수집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살인·방화·강도 등이 대상이고 협박은 포함되지 않는다. 휘발유를 뿌린 전력으로 수감된 이 씨가 경찰 감시망 밖에 있었던 이유다. 또 방화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법무부가 2009년 방화범까지 대상을 넓히려 했지만 무산됐고, 올해 4월 발의된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 사이 이번 화재와 같은 분노형 방화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화 동기가 확인된 피의자 342명 가운데 204명(59.6%)이 대인 갈등·분풀이·적대감 때문에 범행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형을 살고도 같은 대상을 다시 노린 경우 위협 전력 등을 토대로 재범 위험성을 평가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매뉴얼이 없다”며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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