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지 해도 남는 장사' 키움과 KBO 드래프트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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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 1라운드 지명된 북일고 박준현(가운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현 아버지 박석민, 박준현, 허필승 키움 히어로즈 단장. photo 뉴시스
2026 KBO 신인드래프트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구단들은 저마다 지명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박찬민(필라델피아 필리스), 엄준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유망주들의 잇단 미국행으로 안 그래도 얇은 선수층이 더 얇아지면서, 전반적인 아마추어 선수 수준이 예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죽하면 복수 구단이 1라운드 지명 대상으로 메이저리그(MLB) 출신 34세 1루수 최지만을 고려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1라운드 지명 대상을 일찌감치 확정한 팀이 있으니, 바로 4년 연속 꼴찌팀 키움 히어로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키움은 재작년(정현우)과 작년(박준현)에 이어 올해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쥐었고, 부산고의 투타겸업 유망주 하현승을 데려갈 게 99.9% 확실시된다. 하현승은 190㎝대 장신에 빠른 발과 좋은 운동신경을 다 갖춘 좌타 외야수 겸 투수다. 타자만 시키기엔 150㎞대 좌완 강속구가 아깝고, 투수만 시키기엔 매년 20홈런-20도루를 기대할 만한 잠재력이 아쉽다.
투타겸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오타니 쇼헤이와 비교되기도 하는 하현승은 미국 프로야구 명문 뉴욕 양키스의 거액 제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미국행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이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국내 잔류를 직접 선언하며 소문을 일축했다. 이후에도 양키스가 계약금을 300만달러(약 43억5000만원)까지 높이며 구애를 이어갔지만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다. 야구계에서는 하현승이 키움과 계약할 때 받을 계약금이 2006년 한기주(KIA 타이거즈)가 세운 역대 최고액 10억원을 확실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한 에이전트는 "과거 미국 구단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국에 남은 선수들의 전례로 볼 때 최소 12억원, 많게는 15억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3년 연속 꼴지에도, 20년 만의 최대어 확보
20년 전 한기주를 뛰어넘는 계약금을 받는다는 건, 하현승이 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유망주라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특급 유망주를 데려가는 팀이 하필 3년 연속 최하위이고 올해도, 아마도 내년과 그 이후에도 최하위가 유력한 키움이라는 점이다. 야구팬들은 좋은 유망주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와서 치고 던지는 모습이 보고 싶다. 최고의 선수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싶은 건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타 구단 팬들과 일부 구단 사이에선 꼴찌팀이 최고 유망주를 가져가는 현행 드래프트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다. 급기야 KBO리그 드래프트에도 배구나 농구처럼 '확률 추첨제'(로터리 픽)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확률 추첨제는 최하위 팀이 1순위 지명권을 갖는 방식이 아니라,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들에 저마다 다른 확률을 부여해 추첨으로 지명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다. 꼴찌라고 해서 반드시 1순위를 가져간다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메이저리그는 2022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2000년대 들어 일부 구단들이 대놓고 상위 지명권을 노리고 성적을 포기하는 전략을 펴고, 한 지구에서 복수 팀이 100패를 넘기는 기현상까지 벌어지자 칼을 빼든 것이다.
여기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고수익 구단의 지역 수익 일부를 저수익 구단에 나눠주는 수익 분배 제도가 있고, 전국 중계권료 같은 중앙 수익은 성적과 무관하게 30개 구단에 똑같이 배분된다. 축구처럼 강등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성적을 포기해도 수입은 꾸준히 들어오고, 여기에 상위 지명권까지 챙기니 투자를 적게 할수록 오히려 이익이 되는 구조다. 급기야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리그 경쟁력과 흥행까지 갉아먹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에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18개 팀 중 상위 6순위를 추첨으로 정하고, 최하위 3개 팀에는 똑같이 16.5%의 확률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엔 확률 4위였던 워싱턴 내셔널스가 추첨으로 전체 1순위를 가져가는 이변이 나오기도 했다.
고의 패배 문제가 심각한 미국 프로농구(NBA)는 한발 더 나갔다. 진작에 확률 추첨제를 도입했는데도 일부러 지는 팀이 좀처럼 줄지 않고, 하루에 5경기가 30점 차의 일방적 경기로 펼쳐지는 상황까지 나오자, 아예 최하위 3개 팀을 '강등존'으로 묶어 오히려 상위픽 확률을 깎는 개편안까지 내놨다. 최하위를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하겠다는 취지다. 추첨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 세계 프로스포츠의 드래프트 제도는 '성적 역순'이 상식이었다. 하위권 팀이 좋은 선수를 먼저 데려가게 해 '전력 평준화'를 이루자는 취지다. 프로스포츠의 매력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하위권 팀이 다음 해 상위권으로 올라서고, 강팀이 예상 밖으로 무너지는 의외성이 있어야 리그 전체에 활기가 돌고 팬들이 계속해서 흥미를 갖는다. 하위권 팀이 조금이라도 좋은 자원을 확보해 다시 일어설 동력을 마련해주자는 게 드래프트 제도의 근본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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