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학생까지 내 뺨 때려”… 우울증 위험 11배, 무너지는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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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들의 담임 교사에게 갑질을 일삼던 아버지가 수업 중 교실로 난입해 여교사를 위협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한 장면. 이 아버지가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향해 “같잖아서, 진짜”라며 손을 들자, 여교사가 놀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넷플릭스
경북의 한 40대 초등교사 A씨는 암 완치 판정을 받은 뒤 지난해 9월 복직했지만, 올 3월 다시 휴직했다. 한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들이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걸 선생이 빨리 말해주지 않아 학폭 가해자가 됐다. 칼로 찌르고 싶다. 피를 보고 말겠다” 등의 협박을 계속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암에도 지지 않는 정신력을 가졌다고 자부했는데, 학부모의 협박에 우울증 진단을 받을 정도로 힘들어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초등교사의 정신 건강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 초등교사 비율은 일반 성인보다 2.6~3배 높고, 우울증 위험군 비율은 일반 성인의 11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0~50대 초등교사 2179명을 설문조사하고,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조사 대상 초등교사의 38.8%는 우울증 선별 검사(PHQ-9)에서 10점 이상을 받았다. 10점 이상은 우울증이 의심되는 ‘우울증 위험군’(질병관리청 기준)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질병청이 지난해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검사를 진행했을 때 10점 이상 나온 비율(3.4%)보다 11배나 높은 수치다. “최근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초등교사 비율도 각각 12.6%(여성), 11.7%(남성)였다. 성인 여성(4.9%)·남성(3.9%)보다 2.6~3배 높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에 해당하는 초등교사 비율(47.8%)도 2022년 코로나 시기 전국 성인 조사 결과(12.8%)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그래픽=김현국
초등교사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는 건 학생과 학부모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1개월 동안 일을 하다가 ‘모욕적인 행동’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교사는 10명 중 3명 이상이었다. 가해자(복수응답)는 주로 학생(62.8%), 학부모(52.4%)였다. 연구진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젊은 여교사에게 ‘아이를 안 낳아봐서 모른다’고 하거나, ‘애 아빠가 많이 화났다’는 말로 몰아붙인다” “교사 뱃속에 있는 아이만 중요하고, 내 아이는 안 중요하냐고 말한 학부모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10년 차 이상인 초등 부장교사 B씨는 “학부모들은 자기가 어렸을 땐 2부제도 하고 한 반에 60명도 앉아 있었는데 지금 교사는 20명만 맡고 방학도 있는데 뭐가 힘드냐고 한다. 자기가 뼈 빠지게 일하는 것에 비하면 교사는 힘들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학생에게 맞았다고 고백한 교사도 많았다. 9년 차 초등교사 C씨는 “한 학생이 친구가 자신을 때렸다고 그러길래 ‘어떻게?’라고 물었더니 제 뺨을 때리면서 이렇게 맞았다고 했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맞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계속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말했다. 8년 차 초등 부장교사 D씨는 학생에게 계속 맞아 병가를 썼다. D씨는 “나를 때린 아이가 너무 무서웠는데, 그 아이를 무서워하는 내가 못마땅해 이중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신체적으로 고된 환경도 초등교사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교사들이 ‘업무를 하지 않고 온전히 쉬는 시간’은 평균 26.3분으로 집계됐다.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엔 점심시간(12~13시)이 있지만, 담임을 맡으면 점심시간에도 급식 지도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1시간을 온전히 다 쉬지 못하는 것이다. 8년 차 초등교사 E씨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아이들끼리 싸우거나 다치면 왜 교사가 자리에 없었냐고 문책을 받는다”며 “가급적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 물도 자주 안 마신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악성 민원 문제와 교사를 협박하는 무기로 악용되는 ‘아동복지법’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빨리 초등교사들의 정신 건강 악화 실태를 제대로 조사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망가진 교육 현장이 교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선량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과 더불어 이들이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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